챔피언의 이름은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보다 오래 남습니다. 한때 이기기 어려웠던 선수가 다시 우승을 되찾고, 그를 바라보며 자란 선수가 같은 시상대에 오릅니다. 오늘 중계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름에도 그런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이번 회고의 주인공은 SUP WORLD RANKING의 ‘SWR SUP ICONS’에 선정된 남자 선수 13명입니다. 2016–2025년의 ISA·ICF 세계선수권 오픈/시니어 레이스 기록을 바탕으로, 메달표 너머에 있는 경쟁과 세대교체를 따라가봅니다. 모든 역대 챔피언이나 여자 레이스의 역사를 망라한 명단은 아닙니다.
13명의 이름, 한 번의 우승보다 긴 기록
메달의 색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 남자 명단에서 코너 벡스터는 총 15개의 메달, 슈리 아라키는 8개의 금메달을 기록했습니다. 노익 가리우드의 금 6·은 6·동 1은 우승 경쟁을 여러 번 이어왔다는 흔적입니다. 금메달 수와 메달 합계는 같은 순위표가 아닙니다.
아래 숫자는 SWR의 선정 집계입니다. ISA와 ICF의 스프린트·테크니컬·장거리 오픈/시니어 기록을 함께 다루며, 주니어·마스터스·인플레터블·프론·SUP 서핑·릴레이는 제외합니다. 최소 3개의 메달에 금메달 2개 이상, 또는 금메달 1개와 은·동메달 최소 2개가 선정 기준입니다. ICF 한 대회의 통산 순위로 읽으면 안 됩니다.
SWR 선정 집계 · 2016–2025 · 남자 오픈/시니어 3개 종목. 선수 순서는 원문 순서이며, 국가명도 원문 표기 기준입니다.

부스와 스테인파트 — 다음 세대가 넘어서야 했던 기준
2016년 피지 ISA 세계선수권의 남자 SUP 장거리 우승자는 마이클 부스였습니다. 17km를 달린 무대는 클라우드브레이크에서 머스켓 코브로 이어지는 바다였습니다. 긴 거리를 버티는 힘만이 아니라 바람과 수면을 읽는 능력까지 시험하는 레이스였죠. SUP의 장거리 역사를 잔잔한 호수 위 기록으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장면입니다.
카스퍼 스테인파트의 시간은 또 다른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2024년 덴마크 ISA 대회에서 그는 홈 수면의 팀 릴레이를 마지막 레이스로 삼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의 메달표에는 없는 릴레이도 한 선수의 경력에서는 중요한 끝맺음이 됩니다. 어떤 챔피언은 다음 세대의 목표가 되고, 어떤 마지막 레이스는 그 종목의 기억이 됩니다.

벡스터와 가리우드 — 왕좌를 되찾는 레이스
2021년 헝가리 ICF 세계선수권에서 19세 노익 가리우드는 스프린트와 테크니컬을 모두 우승하고 장거리 은메달까지 가져갔습니다. 두 금메달 종목에서 코너 벡스터가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같은 이름이 종목을 바꿔 다시 만날 때, 팬에게는 한 번의 결승보다 긴 라이벌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다음 해 폴란드 그디니아의 ICF 스프린트에서는 벡스터가 다시 금메달을 차지했고, 가리우드는 은메달, 클라우디오 니카는 동메달을 가져갔습니다. 우승자를 안다는 것은 결과를 예측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패배 뒤 무엇을 되찾으려 하는지, 결승에서 누구를 끝까지 의식하는지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라이벌의 이름을 알면 같은 결승도 다르게 보입니다. 선두뿐 아니라 그 뒤에서 다시 도전하는 선수까지 따라가보세요.

세계지도는 넓어졌다 — 형제와 각국의 챔피언들
브루노와 다니엘 하슐료는 이 명단에 나란히 등장하는 헝가리 형제입니다. 다니엘은 2018년 ISA 남자 SUP 테크니컬을 우승했습니다. 다음 해 ISA에서는 브라질의 비니시우스 마르틴스가 장거리, 프랑스의 티투안 푸요가 테크니컬,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니카가 스프린트를 우승했습니다. 같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종목마다 다른 나라의 선수가 맨 위에 올랐습니다.
안드리 크라이토르까지 포함한 13명의 국가명을 읽어보세요. 세계 레이스는 한 나라나 한 스타일의 독무대가 아닙니다. 메달표는 어느 나라가 ‘더 낫다’는 판정표보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경쟁자가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아라키 — 16세가 바꾼 결승의 풍경
2022년 푸에르토리코 ISA 남자 테크니컬 결승. 슈리 아라키는 16세에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중 가리우드와 함께 탄 파도에서 아라키는 계속 전진했고, 그 틈이 큰 리드로 이어졌습니다. 힘과 패들 횟수만이 아니라 물 위에서 좋은 위치를 잡고 순간을 읽는 능력도 승부를 바꿉니다.
2025년 아부다비 ICF 대회에서 아라키는 남자 장거리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결승이 그의 것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테크니컬에서는 아론 산체스가 금메달, 아라키가 은메달을 가져갔습니다. 새로운 챔피언의 등장도 영구적인 왕좌를 뜻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 다음 종목에는 다시 다른 답이 기다립니다.

다구치와 산체스 — 다음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라이 다구치는 2024년 코펜하겐 ISA 남자 테크니컬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두 번 넘어지고도 따라잡아 우승한 결승이었습니다. 그때 은메달을 가져간 선수는 아론 산체스였습니다. 한 해 뒤 산체스는 2025 ICF 남자 테크니컬 금메달을 차지하고, 다구치는 동메달로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이름은 같아도 대회와 코스, 수면은 다릅니다. 그래서 전년도 순위를 올해 결승의 정답처럼 읽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들이 어떤 종목에서 맞붙어왔는지 기억하면, 부이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자리싸움과 마지막 가속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2024 ISA와 2025 ICF는 별도 대회입니다. 여기서는 같은 선수들이 이어온 경쟁을 살펴보며, 타이틀이나 메달을 하나의 공식 순위로 합치지 않습니다.
10년의 기록을 알고, 다음 레이스를 보세요
이 표의 숫자는 2016–2025년이라는 기간 안에 놓여 있습니다. 한 선수의 전체 경력과도 다르고, 여자·주니어·마스터스를 포함한 SUP 전체의 역사와도 다릅니다. 코너의 메달 합계와 아라키의 금메달 수를 비교하는 것만큼, 어떤 대회의 어떤 종목에서 얻은 메달인지 구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2026년 이탈리아 ICF SUP 세계선수권대회는 또 하나의 장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과거 집계에 올해 결과를 섞지 않고, 모든 13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고 가정하지도 않습니다. 관심 있는 이름을 골랐다면 최신 경기 명단에서 실제 출전 부문부터 확인하세요. 10년의 챔피언들은 오늘의 레이스를 더 깊이 보는 출발점입니다.
이름 → 대회·연도 → 종목. 기록을 구분하면 챔피언의 이야기도 더 정확하게 읽힙니다.

